오세창의 '근역화휘'는 한국 회화사의 귀중한 보물로, 고려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주요 화가들의 작품을 집대성한 화첩입니다. 이 글에서는 '근역화휘'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최근 간송미술관에서 공개된 3종의 '근역화휘'에 대해 살펴봅니다.
오세창과 '근역화휘'의 탄생
위창(葦滄) 오세창(1864-1953)은 3·1 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근대 한국의 역사, 문화, 예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금석학자이자 서예가, 전각가로 활동한 그는 특히 우리나라 역대 서화가의 회화 작품을 엄선하여 엮은 화첩 '근역화휘(槿域畵彙)'로 유명합니다.
'근역화휘'는 '무궁화가 많은 땅'이라는 뜻의 '근역(槿域)'이라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이름 아래, 한국의 역대 서화가들의 작품을 선별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이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문화유산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오세창이 문화유산 수집과 보존에 헌신한 결과물로, 한국 회화사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간송미술관의 '근역화휘' 공개
최근 간송미술문화재단과 간송미술관은 오세창의 탄생 160주년을 기념하여 '위창 오세창: 간송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이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간송미술관 소장의 '근역화휘' 3종이 처음으로 공개되었다는 것입니다.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한 '근역화휘'는 다음과 같습니다:
1. 1916년 간행본: 7권으로 구성
2. 1917년 간행본: 오세창 당대 화가들의 작품을 묶은 1권짜리 증보판
3. '천·지·인' 3책의 '근역화휘': 오세창이 경성의 수집가 김용진의 서화 수장품을 입수해 정리한 것
이렇게 총 11권의 '근역화휘'가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처음으로 밝혀졌습니다.
'근역화휘'의 가치와 의의
'근역화휘'는 한국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이 화첩에는 고려 제31대 공민왕(1330-1374)의 '양도(羊圖)'부터 근대의 서화가 무호 이한복(1897-1944)의 '성재수간(聲在樹間)'까지, 다양한 시대와 화풍을 아우르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오세창의 안목과 감식안에 따라 선별된 이 작품들은 고려부터 근대까지 산수, 인물, 영모, 화훼, 초충, 사군자, 기명절지 등 다양한 화목에서 탁월한 재주와 기량을 보여준 서화가들의 작품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한국 회화사의 시대별 화풍의 경향과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세창과 간송의 인연
오세창은 간송 전형필의 스승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서화사 연구는 오늘날 간송미술관의 소장품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간송미술관 전시에서는 오세창이 간송의 서재이자 수장처인 취설재(翠雪齋), 옥정연재(玉井硏齋)에 증정한 서화와 인장, 간송이 수집한 서화 등도 함께 전시되어 두 사람의 인연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조선 선조와 인목황후의 첫째 공주인 정명공주(1603-1685)의 글씨 '화정(華政)'은 조선의 여성이 남긴 전례 없는 서예 대작으로, 오세창이 수장하고 있다가 1937년 간송에게 증정해 옥정연재로 입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치며
오세창의 '근역화휘'는 단순한 화첩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일제 강점기라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키고자 했던 한 지식인의 노력과 열정이 담긴 소중한 유산입니다. 이번 간송미술관의 전시를 통해 공개된 3종의 '근역화휘'는 우리 미술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근역화휘'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연구와 분석이 이루어져,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오세창의 '근역화휘'는 우리에게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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